[인천 순례길] 성당 탐방, 천주교인으로 살거나 죽겠다던 사람들
특집 테마 3 인천 순례길 성당 탐방, 천주교인으로 살거나 죽겠다던 사람들
한국 천주교는 순교자들이 흘린 피 위에 세워졌다. 조선 후기 한반도에 들어온 천주교는 100여 년간 혹독한 박해를 받았다. 조선의 지배층은 천주교 교리가 신분제와 전통 풍습을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질서를 지키려는 세력과 새로운 질서를 찾은 세력의 충돌이었다. 수많은 신자가 목숨을 바쳤지만, 천주교인으로 살거나 죽겠다는 결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1886년, 한국과 프랑스가 조불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며 신앙의 자유가 허용된다. 3개의 종탑이 아름다운 성당부터 목숨으로 믿음을 증명한 순교 터까지, 인천의 성당과 성지에서 종교가 할 수 있는 것을 되묻는다.

언덕 위 낮은 이들의 쉼터, 답동성당

종교 건축물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인증샷을 남길 수밖에 없을 만큼 아름답다. 답동성당은 인천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가톨릭 성당이다. 한국에 천주교가 공인되고 3년 후인 1889년, 파리외방전교회의 빌렘 신부가 제물포본당(현 답동성당) 초대 주임신부로 부임하여 답동 언덕에 임시 성당을 지은 것이 시작이었다. 빌렘 신부는 안중근 의사에게 세례를 주고 그가 순국할 때 고해성사를 집전했던 인물이다.

성당이 지금 같은 모습이 된 것은 1937년, 붉은 벽돌을 쌓고 아치를 더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개축하면서부터다. 고아한 성당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287호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성당 일대를 정비하는 사업을 통해 공영 주차장을 짓고 공원을 조성하여 지역을 대표하는 휴식 공간으로 발돋움했다.


성당은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예수의 말을 실천했다. 배움이 귀하던 시절, 해성보육원·박문학교·박문유치원을 설립해 아이들에게 배우는 기쁨을 일러주었다. 성당 안의 성 바오로 수녀원 역시 의료 선교로 가난한 이들 곁을 지켰다.
- 주소인천광역시 중구 우현로50번길 2
- 이용문의032-762-7613
- 이용시간월~금요일 09:00~17:30
- 웹사이트http://dapdong.or.kr
순교자들을 감싸는 하느님의 두 손, 제물진두 순교성지

“우리가 천주교를 믿다 지금 잡혔으니 물어볼 말도 없고 대답할 말도 없다.” 1868년 제물진두에서 처형된 손 베드로와 그의 아내 김 씨는 문초를 받을 때도 결연했다. 제물진두 순교성지는 한국 첫 영세자인 이승훈 베드로의 후손들, 박순집 베드로의 외가 천주교인 등 순교자 10명이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 터다.


왜 하필 제물진두가 공개 처형장이 되었을까. 제물진두의 ‘진두’는 나루터를 말한다. 당시 천주교를 박해했던 조선은 사람 왕래가 잦고 외국 문물이 유입되는 나루터에서 천주교 신자를 공개 처형하여 서양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인천 최대 순교 터에 세워진 성지는 덜어내고 덜어내어 본질만 남은 모습이다. 절제의 미가 느껴지는 15m 높이 경당은 순교자들을 감싸는 하느님의 두 손을 형상화했다. 10위 순교성인의 성화를 따라 조붓한 복도를 지나면 자그마한 경당이 나타난다. 당시 순교 장면을 그린 대형 성화가 고요한 울림을 준다.
- 주소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240
- 이용문의032-764-4193
- 이용시간월~토요일 11:00~16:00, 일요일 및 공휴일 휴관
- 웹사이트https://cafe.naver.com/jemuljin
순교자 3위가 걸어간 믿음의 여정, 갑곶순교성지

조선 고종 때인 1871년, 미국 군함 5척과 해군 1,200여 명이 강화도 해역에 들이닥친다. 훗날 ‘신미양요’라 부르는 사건이다. 5년 전, 미국 무역선 제너럴셔먼호가 평양 대동강에서 불에 탄 일의 책임을 묻고 조선에 통상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조선은 천주교를 더욱 가혹하게 박해한다. 천주교인을 처벌하라는 고종의 교서에 우윤집, 최순복, 박상손이 제일 먼저 잡혀 갑곶진두에서 효수(죄인의 목을 베어 높은 곳에 매다는 형벌)된다.


갑곶순교성지는 2000년, 세 명의 순교자가 생을 달리한 갑곶진두에 조성한 성지다. 신앙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지 않아도 되는 시대, 오늘날의 성지는 더없이 평화롭다. 순교자 삼위비, 박순집 베드로 묘, 십자가의 길을 거닐고 전망대에서 염하강을 바라보며 산책하듯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곳이 박순집 베드로의 묘다. ‘순교자들의 행적 증언자’라 불리는 그는 순교자들의 유해를 거두어 안장하고 행적을 기록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다.
- 주소인천광역시 강화군 강화읍 해안동로1366번길 35
- 이용문의032-933-1525
- 이용시간월~일요일 09:00~17:00
- 웹사이트www.gabgo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