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투어

누군가 ‘에이, 관광열차가 거기서 거기지’라고 손사래 친다면 그건 정말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월미바다열차는 여느 관광열차와 달리 지상 7m 높이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간다. 7m는 평균 높이고 최대 18m 높이를 지나는 구간이 있어 말 그대로 전망대가 레일을 따라 월미도 구석구석을 누비는 셈. 높아진 눈높이만큼 더 많은 것을, 더 꼼꼼히 볼 수 있다.

월미바다열차가 월미바다역을 출발해 가장 먼저 지나는 구간은 인천상상플랫폼이 있는 인천내항 8부두다. 부두 내 폐곡물 창고를 리모델링해 복합문화시설로 조성 하였다.(2024년 7월 19일 개관) 규모가 1만 2,150㎡로 축구장 2개를 합쳐 놓은 것과 비슷한 크기를 자랑한다. 인천상상플랫폼은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문학작품을 전시하는 도서관과 인천 개항장 역사를 담은 미디어콘텐츠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인천상상플랫폼이 자리한 인천내항 8부두 주차장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반에 무료로 개방한다. 주차장에서 월미바다역까지는 도보로 5분 채 걸리지 않는다.

인천상상플랫폼을 지나면 사일로(Silo·곡물저장고) 벽화(월미바다열차 1경)가 등장한다. 인천내항 7부두에 위치한 사일로는 ㈜한국TBT에서 수입한 옥수수와 밀, 수수 등을 보관하기 위해 1979년 건립됐다. 사일로의 규모는 높이 48m에 둘레 525m로 면적으로 따지면 2만 3,689㎡다. 이 거대한 벽화를 완성하기 위해 전문가 22명이 약 100일 동안 86만 5,400ℓ의 페인트를 사용했다고. 2018년 12월 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 벽화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으며, 2019년 3월에는 독일 아이에프(IF)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일로 벽화는 폐 산업시설을 재활용한 것이 아니라 사용 중인 노후 산업시설에 벽화를 그렸다는 점에서 도시경관사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좋은 사례로 꼽힌다. 사일로 아래에선 지금도 여전히 곡물을 싣고자 트럭들이 분주히 오간다. 인천내항에는 ㈜한국TBT를 포함해 한진·선광·대한통운·대한싸이로 등 5개 업체의 사일로가 운영 중이며, 저장 용량은 총 96만t으로 이는 동아시아 곡물 항 중 최대 규모다. 사일로 벽화 앞 월미공원역 옥상에는 사일로 벽화와 인천내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마련됐다.

월미문화의거리역과 박물관역을 잇는 1km 구간은 서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코스다. 영종도와 무의도는 물론, 날씨가 좋으면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가 있는 팔미도와 강화도의 마이산까지 보인다. 영종도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가로지르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도 멋지다. 성수기 주말에는 밤 9시까지 열차가 운행되는데, 열차 안에서 아름다운 서해 낙조(월미바다열차 4경)를 감상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박물관역 인근에는 한국이민사박물관과 국립인천해양박물관(12월 개관 예정)이 있다. 월미바다열차 5경인 등대길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마무리 공사 관계로 현재 입장을 제한한다.

인천내항(월미바다열차 8경)은 우리나라 자동차 수출의 거점이다. 특히 중고차는 인천내항을 통한 수출 물동량이 전국 물동량의 87%를 차지한다. 박물관역을 지나 만나는 6부두에 끝없이 늘어선 차들은 모두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인 차들이다. 인천내항이 지금과 같은 국가 무역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국내 유일의 갑문인 인천항 갑문(월미바다열차 7경) 덕분. 갑문은 밀물 때 바닷물을 가둬 내항의 수심을 늘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썰물 때도 선박이 선적과 하역작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설로, 인천항 갑문은 최대 10m의 조수간만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1차 1918년, 2차 1974년에 만들어졌다.

인천내항 6부두를 지나면서 사일로 벽화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출발할 때 월미공원역 부근에서 사일로 벽화의 후면과 우측면을 볼 수 있었다면, 지금부터는 전면과 좌측면을 거쳐 후면과 우측면 벽화까지 연이어 감상할 수 있다. 사일로 벽화 전체를 한눈에 담을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이동하는 점도 고맙다. 인천내항의 8개 부두 가운데 1·8부두를 제외한 나머지 부두는 일반인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해 사일로 벽화를 온전히 감상하는 방법은 월미바다열차가 유일하다.

2019년 운행을 시작한 월미바다열차는 국내 최장 도심형 관광모노레일로 월미바다·월미공원·월미문화의거리·박물관 등 4개 역을 잇는 6.1km 거리를 시속 10km로 운행한다. 2량으로 구성된 월미바다열차 회당 최대 탑승 인원은 46명이며, 매회당 문화해설사 1명이 동승한다. 월미바다열차 탑승권 구입과 승차는 4역 어디서든 가능하지만 인터넷 예약자는 월미바다역에서만 승차할 수 있다. 당일에 한해 1회 재승차가 가능하다는 점도 잊지 말자.

인천에 왔다면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필수코스, 바로 짜장면이다. 넷플릭스 인기 다큐멘터리 ⸢짜장면 랩소디⸥ 를 봤다면 더더욱. 게다가 월미바다와 차이나타운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모른 척 지나치기도 쉽지 않다. 짜장면이 짜장면이지 차이나타운이라고 뭐 특별한 게 있겠냐고 묻는다면, 일단 맛부터 보시라 말씀 드릴 수밖에. 중국 산둥에서 넘어온 작장면이 짜장면이 되고, 그 짜장면이 140년 동안 맛을 지켜온 곳이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그럼 어디로?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국집 짜장면 맛은 대체로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게 중론. 그러니 어느 집을 선택하든 크게 실망할 일은 없다.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했던 시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짜장면박물관도 강추. 등록국가유산으로 지정된 옛 공화춘 건물을 리모델링해 꾸민 짜장면박물관에선 짜장면의 역사와 변천과정 등 짜장면에 얽힌 재미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짜장면박물관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천 원이며 운영시간은 09:00~18:00(월요일 휴무)다.

• 주소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 6(월미바다역)
• 이용문의032-450-7600
• 이용시간비수기(11~3월) 성수기(4~10월) 화~목 10:00~18:00 금~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휴무
• 웹사이트www.wolmiseatra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