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지구는 없으니까, 인천의 제로웨이스트 공간들
봄가을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모기가 갈수록 빨리 나타나는 것, 여기선 산불이 나고 저기선 폭우가 쏟아지는 것.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다. 지구인이 더는 외면하지 말고 행동에 나서달라 촉구한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일회용 수저, 포크 안 주셔도 돼요” 문구를 체크하거나, 텀블러를 챙기거나, 에어컨을 틀기 전에 찬물 샤워를 해보는 것도 환경을 보호하는‘행동’의 일환이다.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인천의 다양한 제로웨이스트 공간을 소개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덜 사고, 덜 낭비하고, 덜 버리는 일이 지구를 위하는 길이고, 곧 우리를 위한 길이다.
소유보다 공유! 함께 쓰면 기분이 좋으니까요, 미추홀구 물품공유센터
각종 캠핑용품, 집을 수리할 때 필요한 전동 드릴, 친구와 함께하고 싶은 보드게임, 자리만 차지할지 유용하게 쓸지 구매 전 테스트하고 싶은 건식 족욕기…. 있으면 편리하지만 자주 사용하진 않을 것 같은 물건들의 목록이다. 필요한 물건이 생기는 족족 구매하자니 비용과 보관 문제도 만만치 않다.
고맙게도 미추홀구에는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는 미추홀구 물품공유센터가 있다.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의 부속 시설인 센터는 ‘소유보다 공유’라는 가치를 내걸고 2019년에 문을 열었다. 공유 문화를 확산하고 자원 낭비를 줄여 제로웨이스트 사회에 보탬이 되자는 취지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물건을 2박 3일(캠핑·레저용품 4박 5일) 동안 빌릴 수 있다는 것. 대여료는 물품가의 3% 이내 수준. 적게는 1,000원에서 많게는 5,000원 정도다.
그렇다면 어떤 물건을 빌릴 수 있을까. 목·어깨 마사지기, 인바디 측정기 같은 건강용품, 텐트·피크닉 테이블·해충퇴치기 등의 캠핑용품, DSLR 카메라·턴테이블·닌텐도 스위치와 게임팩 같은 취미용품, 전동드릴·베이킹 핸드믹서 등의 생활용품·공구까지, 일상에서 한 번쯤 찾게 되는 물건을 고루 갖췄다. 센터 한편의 토종씨앗 공유도서관에선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의 종자, 즉 토종씨앗을 파종 시기에 맞춰 대출해 직접 씨앗을 키워볼 수도 있다.
대여 시스템은 도서관과 비슷하다. 인천광역시 시민 누구나 회원 가입 후 이용할 수 있다. 대여료를 지불하고 며칠간 물건을 사용한 뒤, 반납일에 센터에 돌려주는 방식이다. 물건은 1회당 최대 5개까지 대여할 수 있다.
친환경 소비의 핵심은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다. 습관적인 쇼핑 전에 한 번쯤 고민하고, 물건을 나눠 쓰고, 쓰레기를 적게 만드는 것만큼 지구에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필요한 물건이 생겼을 때 물품공유센터를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우린 얼마든지 친환경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TIP] 새활용+알맹e가게
업사이클에코센터 3층에는 ‘새활용+알맹e가게’라는 이름의 제로웨이스트 숍이 있다. 대나무 칫솔·코코넛 화분·텀블러 백·광목 손수건·업사이클링 키링 등 아기자기한 생활용품을 판다.
- 주소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매소홀로 290번길 7 2층
- 이용문의032-212-2929
- 이용시간월~토요일 10:00~17:00(12:00~13:00 휴게시간), 일요일·공휴일 휴무
- 웹사이트www.ishare.or.kr
지구도 우리도 단 하나뿐이니까, 오래 쓰고 다시 써요, 소중한모든것 컵둥지
“‘제로웨이스트’는 ‘쓰레기를 절대 만들지 말자’는 시작부터 어려운 행동이 아니라 줄일 수 있는 쓰레기는 줄이자는 캠페인이에요.”
인천의 제로웨이스트 상점 ‘소중한모든것’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법을 안내하고, 친환경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응원해왔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
친환경 제품을 소개하고, 자원순환코너를 운영하며, 비건 카페이자 개인 용기를 환영하는 ‘무포장 가게’인가 하면, 내용물을 포장 없이 소분 판매하는 리필 스테이션도 갖췄다.
남동구에 있던 매장은 최근 미추홀구로 이전해 ‘컵둥지’라는 이름으로 시즌 2를 맞이했다. 미추홀공원 입구 바로 앞에 위치, 너른 창밖으로 공원의 푸르른 정경을 마주할 수 있는 명당이다.
매장 한편에는 다회용품, 업사이클링 제품, 생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물건들이 가지런하다. 하나같이 가게 주인이 직접 써 보고 만족도가 높았던 제품들이다. 천연 마 수세미·샴푸 바처럼 입문자가 시도하기 좋은 물건부터 플라스틱 병뚜껑을 업사이클링한 아끼링(강아지 배변봉투 걸이이자 키링)같은 자체 제작 상품까지, 물건 종류가 다양해 구경만 해도 재밌다.
컵둥지가 다른 제로웨이스트 숍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자원순환코너’다. 플라스틱 병뚜껑, 우유팩·멸균팩, 종이 쇼핑백 등을 일정 개수 이상 모아 가져가면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우유팩 5개 이상을 모아 ‘자원 순환에 참여’하면 5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식이다. 오래 쓰고, 다시 쓰고, 고쳐 쓰기. ‘제로웨이스트’의 또 다른 말이기도 하다.
학익동에 새 보금자리를 틀며 컵둥지는 비건 카페로서의 정체성에 더 주력하기로 했다. 모든 메뉴가 비건이고 건강한 식재료를 쓰며 반려동물을 격하게 반겨주니, 강아지와 공원 산책 후 마른 목을 축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수제 스카치소스를 넣은 버터크림과 오트밀 우유를 섞어 달달한 오트밀 버터크림 라떼,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산청 딸기 두유 라떼,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토마토 바질 에이드 등 음료가 저마다 특색 있다. 멕시칸 칠리 샌드위치&으깬 감자, 쌀 두부 베이글 세트 같은 식사 메뉴도 입에 착 붙는다.
[TIP] 개인 텀블러 할인과 다회용컵 대여
일회용품이 없는 가게인 만큼 개인 텀블러를 들고 가면 1,000원이나 할인해주는 아량을 갖췄다. 음료를 포장할 땐 매장에 구비된 다회용컵을 무상 대여할 수 있고, 사용 후 가게 앞 회수통에 반납하면 된다.
- 주소인천광역시 미추홀구 한나루로 458번길 10, 1층
- 이용문의070-4266-0247
- 이용시간화~토요일 10:00~20:00, 일요일 10:00~18:00, 월요일·일부 공휴일 휴무
- 웹사이트www.instagram.com/a.cup.of.dungzi
영종도 어디든 친환경 제품 배달 갑니다, 채움소
영종도에선 배달 음식을 주문하듯 친환경 제품을 집 앞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영종도 전역에서 리필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는 채움소가 있기 때문이다. ‘채움소 제로웨이스트&리필 상점’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상점을 2년간 운영했던 대표는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환경교육활동가로 거듭났다. 현재는 리필 배달 서비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환경 캠페인과 교육, 팝업 스토어에 참여하고 있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https://smartstore.naver.com/chaeum_refillshop)에서 원하는 물건을 예약 주문하고 집 앞에 빈 용기를 놓기만 하면 끝.
업체에서 용기를 수거하고 내용물을 채워 집 앞에 다시 배송해 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편리하다.
배달비도 무료.
공병을 들고 제로웨이스트 상점을 오가는 수고를 채움소가 대신해 주는 것이다.
집 근처에서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기 힘든 이들, ‘배달’이라는 가장 간편한 방법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다.
채움소에서 주문할 수 있는 품목은 크게 세제와 화장품이다. 화장품은 모두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브랜드만을 취급한다. 아로마티카의 유칼립투스 샴푸·컨디셔너·바디워시, 아꾸아의 릴리프 카렌듈라 페이스 앤 바디로션이 대표적이다. 세제는 1kg에 4,000원 선, 클렌징 제품은 300g에 5,000원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도 장점이다.
제로웨이스트는 지구인들의 ‘팀플’이 중요한 활동이다. 채움소가 환경 캠페인에 적극 동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교에 출강해 포장재가 필요 없는 샴푸 바·고체 치약 만들기로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공유하고, 재활용 공장을 견학해 우리나라 자원순환의 문제점을 파헤치는가 하면, 친환경 축제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한다. 플라스틱을 덜 쓰는 방법을 찾고, 환경을 덜 훼손하는 물건을 선택하는 것. 그렇게 쓰레기를 덜어낸 자리에 초록빛 대지가 채워지기를, 채움소는 바라고 있다.
- 이용문의chaeumstore@gmail.com
- 웹사이트www.instagram.com/chaeum_refillshop
PLUS+ 제로웨이스트를 향한 작지만 큰 한 걸음, 5R 운동
5R 운동은 세계적 환경 운동가 비 존슨이 제안한 개념이다. 나는 일상에서 몇 가지의 R을 실천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자.
▶ Refuse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기(Refuse)’
- 플라스틱 빨대·비닐봉지 거절하기
▶ Reduce 필요해서 거절할 수 없는 것은 ‘줄이기(Reduce)’
- 새 제품보다 중고 제품 이용하기, 쓸 만한 물건 나누기
▶ Reuse 거절하거나 줄일 수 없는 것은 ‘재사용하기(Reuse)’
- 텀블러·장바구니·다회용기 챙기기
▶ Recycle 거절하거나 줄이거나 재사용할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기(Recycle)’
- 재활용 표시 제품 구매하기
▶ Rot 나머지는 ‘썩히기(Rot)’
- 생분해성 제품 구입하기,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