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작은 민속촌, 인천도호부청사
인천에는 미래 도시를 연상케 하는 최첨단의 도심도 있고,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는 지역도 꽤 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전의 오래 된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전통적인 곳들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남구 문학동(매소홀로)에 위치한 도호부청사는 인천의 작은 민속촌이라 불러도 큰 무리가 없을 만큼 매력적인 장소다.
인천도호부청사는 인근의 승학산, 관교공원과 더불어 주말 가족 나들이 장소로 적합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역사교육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프로야구 SK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리는 문학야구장에서 도보 10~15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어, 야구 경기 관전 전후에 잠시 시간을 내 30~40분 정도 둘러보면 딱 좋을 것 같다. 양 옆에 위치한 인천향교와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도 함께 둘러볼 만하다.
별 뜻 없이 그저 산책 삼아 구경할 생각이라면 사전정보 없이 방문해도 문제 될 것 없겠지만, 교육적인 목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갈 것이라면 적어도 도호부청사가 뭐하는 곳인지 정도는 알아두면 좋겠다. 아이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난감한 상황이 오지 않도록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라도 공부해놓을 필요가 있다.
도호부는 고려 그리고 조선시대의 지방 행정기관이다. 고려 때는 크게 4곳의 지방에만 설치되었던 것이 훗날 조선시대에는 크고 작은 75개 지역에까지 확대된 바 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조선은 전국을 8도로 나누고, 그 밑에 대도호부, 목, (중)도호부, 군, 현을 두어 지방 행정을 관할했는데, 상급기관인 목과 하급기관인 군, 현 사이에 있던 것이 바로 도후부 청사였다.
정확히 언제 인천에 도호부청사가 설치된 것인지 알 수 있는 문헌은 없지만, 조선 초기의 학자인 강희맹이 쓴 [인천부승호기] 의 본문에 세종 2년이던 1424년에 이미 인천에 도호부 객사가 자리해 있었다는 내용이 있어 그보다는 전에 설치된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문학초등학교 교정에 남아 전해지는 객사 등의 건물은 1677년에 중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도호부에는 임금의 위패를 모시는 객사를 비롯해 부사의 집무공간인 동헌, 공수 등이 있다. 과거에는 총 16~17동의 건물로 이뤄졌다고 한다. 현재의 문학동 터에 자리한 인천도호부청사는 ‘화도진도’(1879년에 만들어진 작자 미상의 지도로 화도진 등 인천의 관아 건물, 도로, 수로 등이 표기된 지도)를 근거로 2000년대에 복원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강원도 강릉의 대도호부관아와 부산의 동래도호부청사 건물들을 둘러본 적이 있는데, 인천의 도호부청사도 그에 못지않게 잘 꾸며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이곳에서 지냈던 인천도호부사는 무슨 일을 했을까 궁금했다. 인천도호부사는 인천 내의 모든 행정을 통괄하는 공직자로, 흔히 ‘수령칠사’로 불리는 7개의 큰 임무를 담당했다고 전해진다. 수령칠사는 조선의 지방 수령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곱 가지 임무인 동시에 그들의 근무성적을 평가하는 지표였다. 농업과 잠업을 잘 돌볼 것, 인구를 안정적으로 늘려나갈 것, 교육을 장려하여 지역을 부흥할 것, 군역을 바르게 부과하고 군대를 잘 유지할 것, 부역을 균등히 부과할 것, 민사의 소송을 바르고 신속히 처리할 것, 부정부패 등의 횡포를 없앨 것 등이 그것이다. 또한 비상시국에 직접 군대를 지휘, 통솔하여 전투에 임하는 것도 도호부사의 일이었다.
인천도호부청사에서는 곳곳의 건물과 모형, 인형 등을 통해 당시의 행정기관의 모습이 어땠는지, 사람들의 생활상은 어떠했는지 분위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과거의 모습만을 보여주는 곳은 아니다. 본디 재현과 전시의 공간으로 조성되었지만, 생동감 넘치는 놀이터인 동시에 현장감 있는 교육장소이기도 하다.
인천시민과 방문객들을 위해 제기차기, 탈, 윷놀이, 널뛰기, 줄타기, 장기, 팽이 등의 민속놀이거리가 마당에 펼쳐져 있고, 흥을 돋워줄 장구, 북, 징, 꽹과리 등의 전통악기도 마련되어 있어 흥미롭다. 그밖에 단청체험, 연 만들기, 떡메치기 등의 전통 문화체험도 가능한데, 설, 추석, 단오 등의 명절 때는 제법 큰 규모로 명절맞이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놀이나 체험의 경우 상주해 있는 해설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있다.
운이 좋으면 전통혼례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민속촌에서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혼례를 올리는 커플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커플의 결혼은 아니고, 전통혼례 전문가들이 벌이는 시연 이벤트다. 일종의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즐기면 된다. 또한 꼬마 신랑, 신부들을 위한 혼례복장도 준비되어 있으니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은 직접 전통혼례를 체험해볼 수도 있다.
디테일한 즐길 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으나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짙은 곳이기에 인천 유형문화재 제1호의 모습을 기대하며 방문한 이들은 살짝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옛 도호부청사의 객사와 동헌이 문학초등학교 교정 안에 있어 출입과 관람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렇게 잘 조성된 복원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재했던 역사적 장소가 아니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작은 민속촌을 떠올리며 현장을 찾는다면 훨씬 더 큰 만족감이 들 것이다. 그래도 뭔가 좀 아쉬움이 남는다면 앞서 언급한 도호부청사 양 옆의 인천향교와 인천무형문화재전수교육관까지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 인천도호부청사
    • 홈페이지 : http://dohobu.org
    • 주소 : 인천광역시 남구 매소홀로 589(문학동)
    • 교통안내 :인천지하철 1호선 문학경기장역에서 도보 15분
    • 이용시간 하절기 :오전 10시 ~ 오후 7시(매주 월요일 휴관)
    • 이용시간 동절기 :오전 10시 ~ 오후 6시(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