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유럽 축구’를 즐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숭의아레나파크
짜장면이나 쫄면 따위의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가 좋아하고 즐기는 많은 것들의 시작이 ‘인천’인 경우가 제법 많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열광하는 공놀이 축구와 야구 역시 인천을 통해 대한민국 전역에 전해졌다. 축구는 1880년대 영국의 군인, 선원들에 의해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제물포에 입항한 그들이 벌였던 경기가 한국에서 열린 최초의 축구경기라고 한다. 또한 훗날 발견된 1901년의 영국 문헌 '모닝캄(Morning Calm)'을 통해서 당시 강화학당에 축구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운 좋게도 인천 시민(혹은 인천을 방문한 누구라도)들은 한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축구와 야구를 앞마당에서 편안히 즐길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인천의 프로축구팀 인천 유나이티드와 프로야구팀 SK 와이번스가 최강의 전력을 가진 구단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 두 팀의 홈 경기가 열리는 스타디움은 어느 지역의 축구장, 야구장에도 뒤질 것 없는 최고급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2012년 3월에 문을 연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숭의아레나파크”는 유럽의 중소도시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완성도와 분위기를 지닌 훌륭한 경기장이다. 규모 면에서는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지어진 매머드급 축구장들에 견줄 수 없지만, 규모를 제외한 그 모든 ‘축구장의 덕목’에 있어 전국의 축구장들을 압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인천광역시 중구 도원동에 위치해 있다. 2012 시즌, K리그클래식의 인천 유나이티드가 홈구장으로 쓰기 전부터 축구팬들은 ‘숭의아레나’, ‘숭의아레나파크’ 등의 별칭으로 이 경기장을 불러왔다. 앞서 말했듯 경기장의 주소지는 숭의동이 아니라 도원동인데 말이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한 가지 이름이 입과 귀에 붙어버리면 누가 뭐래도 그것을 그대로 고수하는 일이 많다. 사실 경기장의 이름이 무엇이든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전지현이 왕지현이었어도, 원빈이 김도진이었어도 그 아름다움이 달라지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그저 이렇게 멋진 축구장이 인천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한 사실 아니겠는가. 하지만 언젠가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라는 무색무취한 이름보다는 좀 더 참신하고 멋들어진 새 이름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 이토록 아름다운 경기장에는 그에 걸맞은 수려한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곳은 지하철 1호선(경인선) 도원역에서 내려 3분 정도만 걸으면 경기장에 닿을 수 있을 만큼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월드컵경기장은 물론 전국의 어떤 경기장과 겨루어도 기세등등 위풍당당한 스타디움이지만, 특히 ‘입지’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지하철역 출구로 나와 횡단보도를 건너면 탁 트인 축구장의 외관이 또렷하게 들어온다. 사이즈가 크지 않은 편(수용인원 약 20,300명)이라 웅장한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실버 컬러의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인다. 말굽형(U자형)의 은색 지붕은 인천 유나이티드의 팀컬러인 파란색과 검정색으로 이뤄진 스탠드를 감싸고 있다. 경기장 북측에 위치한 27m 높이의 투명 전망대에서는 축구장의 전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스타디움은 물론 도원동, 숭의동 일대 역시 내려다볼 수 있어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 잠시 들러 시간을 보내기에 괜찮은 공간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최고의 장점은 축구 관전에 최적화된 경기장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경기장들 중에서 ‘최신식 유럽형 축구장’이라는 수식에 가장 적합한 곳이다. 살짝이나마 ‘유럽 축구’의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는 최고의 경기장이 바로 인천에 있다는 얘기다. 자꾸 들먹이는 ‘유럽’이 뻔하고 흔한 비유이기는 하나 더할 나위 없이 적확하기도 하므로 이 상투적인 표현을 재활용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시길. 축구장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남다르게 뜨거운 곳들을 꼽자면 경상도의 포항, 전라도의 전주, 경기도의 수원 등도 만만치 않지만, 그 어느 곳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이 가진 ‘최신 축구장’으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벼이 여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흔히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가까운 경기장을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라는 말로 형언하는데, 사실 이것은 어느 정도 과장이 섞인 표현이다. 하지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는 그것이 과장 섞인 얘기라고 할 수만도 없는 것이 그라운드의 터치라인과 관중석 첫 번째 줄의 가장 짧은 간격이 약 1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월한 청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수식이 어느 정도 현실적인 표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숨소리’보다는 선수들의 몸과 몸이 충돌했을 때 울리는 외마디 ‘비명소리’나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가진 선수들이 속마음을 드러내는 ‘욕지거리 소리’가 훨씬 더 선명하고 생생하게 들린다고 할 수 있겠다.
인천 경기장은 포항의 스틸야드와 더불어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가 가장 짧은 경기장으로 꼽힌다. (어디서 어디까지 어떤 각도로 재느냐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골대 뒤편 바로 정면을 기준으로 하면 포항경기장이, 그밖에 관중석에서는 인천경기장이 더 가까운 듯하다.) 인천 숭의아레나에서는 눈으로 보는 축구에 귀로 듣는 축구까지 더해져 현장 관전의 즐거움이 몇 곱절이나 배가된다. 하지만 단순히 경기장과 관중석의 간격이 짧아 더 잘 보이고, 잘 들린다는 것만으로 유럽식 축구장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라운드와 관중석의 거리는 전남의 광양축구전용경기장도, 경남의 창원축구센터도 인천 못지않게 짧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유럽식 축구장으로 볼 수 있는 것은 경기 중 선수단이 앉아 있는 벤치가 관중석 앞쪽으로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대부분의 국내 축구장에서는 본부석 1층에 앉아 경기를 볼 경우, 그라운드와 동일한 높이의 지면에 설치된 벤치 탓에 시야에 방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벤치를 관중석으로 포개어 넣어 이러한 맹점을 해결했다. 마치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경기장을 떠올리게 한다. TV를 통해 여러 번 봤던 그 장면을 떠올려보라. 벤치에 앉은 퍼거슨 감독의 어깨를 주무르던 관중의 모습, 벤치에서 일어나 라커룸을 향하던 벵거 감독을 향해 손을 뻗던 관중들 말이다. 인천의 축구장에서는 그러한 생동감이 꿈틀거린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관중이 함께 숨 쉬는 것이다. 어지간한 축구팬들이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경기장은 과거 이청용 선수가 뛰었던 볼튼 원더러스의 마크론 스타디움(과거 리복 스타디움)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유럽식 축구전용경기장’이라는 수식이 허투루 하는 얘기가 아니라는 거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유럽의 축구전용구장을 표방하지만, 한국의 프로 스포츠 경기장들이 가지는 소소한 매력도 놓치지 않고 있다. 경기장의 양쪽 코너에는 커플들이 함께 앉아서 관전할 수 있는 테이블석이 넉넉히 마련되어 있다. 테이블석 입장료에는 기본적으로 캔맥주와 가벼운 스낵이 포함되어 있다. 야구장과 마찬가지로 맥주에 치킨을 곁들이며 경기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북측 2층 스탠드에는 초록의 잔디가 넓게 깔려 있는데, 이는 국내 축구장 최초의 피크닉석이다. 꽤 많은 어린이들이 축구장까지 와서 경기는 안 보고, 이 공간에서 뛰어놀며 시간을 보낸다. 이밖에도 경기장 외부 곳곳에 분수대, 벤치, 체력단련시설, 놀이터 등이 설치되어 있어 경기가 열리지 않는 날에도 시민들에게 훌륭한 쉼터가 되어준다.
올해, 개장 5년째를 맞았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숭의아레나파크. 시원한 녹색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이곳이야말로 인천의 새로운 관광 명소가 아닐까? 전 세계 관광 수익의 20% 정도는 스포츠와 직간접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떠올리겠지만, 4년 만에 열리는 국제대회를 보러 외국을 찾는 것만이 스포츠 투어리즘(Sports Tourism)이 아니다. 내 고장에 있는 내 팀, 내 마을에 있는 내 경기장 역시 관심과 아이디어에 따라 얼마든지 관광 아이템으로서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 인천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무엇인지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것이 몇 개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천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있을까? 그 순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축구가 하나의 선택지가 되어줄 것이다. “인천은 한국 축구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고, 한국 최고의 축구전용구장을 가진 도시입니다.”라고 답하는 당신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 보통 한국프로축구 K리그의 정규 리그 경기는 3월부터 11월까지 열린다. 인천유나이티드의 홈페이지(http://www.incheonutd.com)를 통해 자세한 일정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입장권 예매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좌석에 따라 다양하며 가장 저렴한 일반석은 성인 1만원, 청소년 6천원, 어린이 3천원선이다.
  •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숭의아레나)
    • 구단: 인천유나이티드
    •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참외전로 246 (도원동)
    • 교통안내 : 지하철 1호선 도원역에서 도보 3분
    • 수용인원: 약 20,300명
    • 개장: 2012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