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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여행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흔히 ‘박물관’이라고 하면 뭔가 지루하고 따분한 공간을 떠올리게 된다.
무엇이 전시되어 있느냐에 따라 느낌이 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박물관은 뭐랄까...
그 특유의 어감에서부터 가볍게 즐기면서 쉬어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하지만인천 동구 송현동에 자리한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제법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박물관이다.

옛것에 관심이 많은 ‘애늙은이’ 어린이들도 꽤나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듯 보이나
아이들보다는 중장년층이 훨씬 더 흥미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 이곳을 둘러보았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여기...왠지 한 번쯤 부모님과 와보고 싶은 박물관이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을 한마디로 간단히 소개하면, 1960~1970년대 인천의 옛 모습을 재현한 근현대생활사 전문 박물관이다.
과거 인천 달동네에서 거주했던 소시민들의 추억어린 삶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쉬웠던 인천 동구청은 실제로 달동네가 있었던 터에 의미 있는 박물관을 하나 만들었다.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낭만과 향수를 되살려주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어르신들의 지나온 삶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가볼 수 있는 연결고리를 쥐어주고자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을 개관한 것이다.
2005년 가을 처음 문을 열었으니 이제 10년이 좀 넘었다. 지하 1층, 지상 1층의 단출한 규모로 ‘박물관’하면 으레 떠올리게 되는 으리으리한 느낌은 없지만, 박물관 내부는 제법 알차게 구성되어 있어 30분쯤 꽉 채워 관람할 만하다. 박물관 옆에 따로 자리한 달동네놀이체험관에서 이런저런 놀이를 즐겨볼 생각이라면 너끈히 1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체험관에서는 모래놀이, 사방치기, 비석치기, 고무줄놀이, 수레목마, 딱지치기, 공기놀이, 윷놀이, 주사위 게임 등의 놀이를 즐길 수 있으며, 추억의 만화영화도 상영한다.
지하철 1호선(경인선) 동인천역에서 내려 송현근린공원 방향으로 7~8분 정도 걸으면 경사가 꽤 심한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이 비탈길 끝에 올라서면 세모진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의 모습이 보인다. ‘수도국산’은 ‘수도국이 있는 산’을 뜻한다. 과거에 이 산은 만수산이나 송림산으로 불렸지만, 20세기 초 수도국이 설치되어 수도국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너르지 않은 언덕배기 산지에 어떻게 마을이 형성된 것일까 의아한데,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과 중국인들에게 밀려난 힘없는 민초들이 이곳에 처음 모여들었다고 전해진다.
본격적으로 수도국산이 서민들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한 것은 1950년대 이후다. 6·25 전쟁으로 오갈 곳 없어진 피난민들이 대거 몰렸으며, 1960년대 이후 진행된 산업화와 함께 인천 사람들뿐만 아니라 충청도, 전라도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주해와 좁디좁은 수도국산에 한 때 3천 가구 이상이 함께 살았다고 한다. 초입의 산자락은 물론 산꼭대기까지 작은 집들이 들어섰고, 그것이 훗날 인천을 상징하는 ‘달동네’로 굳어진 것이다.
‘달동네’라는 이름은 ‘달’이 가까이 보이는 높은 곳에 위치한 동네라는 뜻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거주민의 대부분이 ‘달세(월세)’를 내며 사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렇게 불리게 됐다는 설이 있다. 하지만 뜻을 떠나 이 이름이 널리 쓰이게 된 것은 198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모은 TV 드라마 <달동네>의 영향이 크다.
수도국산박물관에는 마치 드라마 <달동네>의 세트장이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과 소품이 참 많다. 어스레한 골목길, 오래 된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는 허름한 벽, 구멍가게(상회), 복덕방, 학원, 연탄가게, 이발소, 만화방, 다방, 양장점, 사진관, 주택, 공동수도, 공동 화장실 등이 실감나게 조성되어 있다. 각 공간에는 그에 적합한 소품들이 디테일하게 마련되어 있어 당시 생활상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당시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결코 가볍게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삶의 현장’들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함께 간 연인과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면서 즐겁게 데이트하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장소다. 하지만 역시나 부모님과 같이 찾아오고 싶은 ‘옛날’의 정서가 더 큼직하게 머물러 있는 곳임은 부정할 수 없다.
박물관에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아이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아마도 어느 정도는 교육적인 성격으로 주말 나들이를 나오지 않았을까? 신기한 듯 익숙지 않은 공간과 소품에 관심을 나타내는 꼬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칠팔년 남짓한 자신들의 삶 속에서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이곳의 광경이 다소 무서운 듯 얼어 있는 모습이었다. 마치 ‘공포의 집’, ‘귀신의 집’에 온 것처럼 긴장한 아이들도 보였다. 귀여운 녀석들.
박물관 곳곳에서 놀람 가득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엄마, 여기 무서워...그런데 엄마가 옛날에 이런 동네에서 살았던 거야?” “아니, 엄마는 아니고, 좀 더 나이 있으신 분들?!” 한 눈에 봐도 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쯤, 아이의 엄마도 마흔을 넘지는 않았을 것 같은 나이였다. 하지만 아이는 박물관이 보여주고 있는 시대를 쉽게 가늠할 수 없었나보다. 1980, 1990년대의 모습은 미디어를 통해 제법 흔히 소개되고 있으나, 1960, 1970년대의 모습은 다소 드물기에 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부모님께 순간이나마 옛 추억과 향수를 선물해드릴 수 있다는 의미도 있고, 부모님이 유년기, 학창시절을 보냈을 과거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 또한 젊은 커플에게는 가벼운 데이트 코스로 충분히 나름의 역할을 해줄 것이고,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들에게도 30~40년 전 한국 그리고 인천의 모습이 어땠는지 보여줄 수 있어 교육적인 활용도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또한 인천국제공항, 송도 신도시 등으로 대표되는 인천의 현대적 모습만을 알고 있는 어린 세대들과 외국인 여행자들에게는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과거에 인천의 모습이 이러했음을 새로이 알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고 본다.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은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니 ‘인천의 옛날’에 관심이 있는 여행자라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방문이 될 것이다. 조악하고 불량하지만, 단순히 퀄리티만으로는 평가할 수 없는 행복감을 안겨줬던 소소한 아이템들을 매점(기념품숍)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의 특별한 매력으로 남을 것이다.
  •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 주소 : 인천광역시 동구 솔빛로 51(송현동)
    • 교통안내 : 지하철 1호선 도원역에서 도보 3분
    • 이용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 입장료 : 성인 1,000원 / 어린이 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