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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곳 교동도 여행
호사스런 볼거리를 찾겠다면 아예 교동도에 발을 들여놓지 말라.
촌스러운 마을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려는 자만이 교동도에 갈 자격이 있다.
시간이 멈춘 그 곳. 교동도. 그 곳으로 떠나 보자.
교동대교를 건너 만나는 첫 번째 명소는 고구저수지다. 수도권 낚시인들 사이에선 ‘대물터’로 소문난 곳이다. 겨울이면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와 장관을 이룬다. 다른 지역 같았으면 많은 식당들이 생겨났을 텐데 고구저수지는 아예 없거나 한두 집만 있어 그 여유로움과 한적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교동도에 들어가면 시간이 묻혀있다는 걸 단박에 느끼게 된다. 6.25 전쟁 이후 이북에 고향을 둔 피란민들이 이곳에 정착해 형성된 대룡시장은 마치 영화세트장을 방불케 한다.
‘쥐를 잡자’ ‘둘만 낳아 잘 키우자’ 등 지금은 우습기만 한 선전물들도 눈에 띈다. 뻥튀기 파는 아저씨, 등에 업은 아기에게 국수를 먹이는 할머니의 모습 등 지금은 어른이 돼서 도시로 떠난 옛날 이곳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지금은 70~80세 할아버지, 할머니들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골목은 성인 2~3명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여느 시골의 시장들보다 작은 규모이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미장원, 강화상회, 담배·잡화, 제일다방 등 골목마다 운치가 있다.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정겨움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다.
교동도 최고의 전망 포인트는 화개산 정상이다. 오전에 올라가면 섬 속에 교동평야가 한눈에 잡히고, 오후쯤에는 해무 걷힌 황해도 연백평야가 품에 안을 수도 있을 듯 가깝게 느껴진다. 봉수대 정상 팔각정 난간에 등을 기대 다리를 내뻗고 앉으면 석모도는 물론 볼음도, 주문도까지 확 트인 다도해의 풍경이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교동도 북쪽을 향해 너른 들녘을 가로지르다 보면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이 나온다. 인사리 망향대는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망향의 한을 달래고자하는 실향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두 다리가 있어도 가지 못하는 북녘의 땅을 바라보며 눈가만 하염없이 적시는 실향민의 애달픈 마음을 비웃듯, 남북을 오가는 철새 무리들만 자유로이 하늘을 난다.
화개산정상에서 200m쯤 내려오면 웬 건물이 하나 있다. 연산군 유배지이다. 강화도와 마찬가지로 교동도도 조선시대 대표적 유배지였다. 폐위된 이후 이곳으로 유배됐다가 이듬해 31세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머무른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어찌 조금 쓸쓸해 보인다.
조금 걷다보면 서해 바다를 방어하기 위해 만든 교동읍성이 나타나고 지방 백성을 교육하던 교동향교가 나타난다. 한국 최초의 향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교동향고 담을 끼고 돌면 작은 약수터가 나온다. 머리가 맑아지고 공부를 잘하게 해준다는 소문때문에 교생들이 마셨다는 약수터다. 믿는 셈 치고 약수물에 목을 축여보자.
교동도에 있으면 느릿느릿 여유로운 여행을 하게 된다.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섬 강화도 교동도에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쉼표를 찍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