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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대신 마음이 달린다. 옛 수인선 철길나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하교할 때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자갈이 깔린 철로에 귀를 대고 기차가 오는 소리를 듣던 위험천만했던 어린 시절은 요즘 도심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 되었다. 철길에서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곳은 이제 우리나라에 그리 많지 않다.

다행히 아직 인천에는 철길을 걸을 수 있는 곳이 있어 주말이면 사람들의 발길을 이끈다.
숭의동의 철길 마을이 바로 그곳인데 주택가와 아파트 옆으로 난 철길의 진기한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책가방을 등에 매고 집으로 가는 길, 송아지 목에 걸려 있는 종처럼 딸랑 딸랑 소리를 내며 차단기가 내려가고 사람, 차 할 것 없이 정지하여 둔탁한 소리를 내며 눈앞으로 지나가는 커다랗고 길고 긴 화물 열차가 마치 자신의 모습을 잘 보라는 듯 천천히 스쳐간다.
수인선의 주인이었던 화물 열차가 서서히 사라지고 차단기가 다시 올라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과 차들은 갈길을 재촉한다.
기찻길 주변에는 먹고 살기 힘들던 시절, 우리네 춥디추운 겨울나기에 없어서는 안되었던 연탄을 만드는 공장이 있었고, 이름도 모를 크고 작은 붉은 벽돌의 공장들이 굴뚝으로 쉴새 없이 연기를 내 뿜었다.
지금도 그 때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듯, 숭의로타리에서 경인 고속도로로 가는 삼거리에는 가구 공장이 즐비하다. 그리고 그 주변엔 작은 집들이 자신들만의 군상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높은 아파트들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인선 협궤 열차 길
인천의 송도와 수원 사이를 오갔던 52 km의 협궤 철도이다. 옛날, 금보다도 귀했다는 소금을 수송하기 위해 1935년에 만들어졌던 이 철도는 수익성이 없어 결국 1995년 운행을 중단하고 말았다. 비록 지금은 기차가 달리진 않지만 대신 많은 연인들이 협궤 철길 위를 찾아온다. 이름 없는 야생화들이 자라나고 있는 이 철길을 손잡고 함께 걸으며 둘만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소래 역사관에 가면 이 수인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데, 폭이 버스보다 좁아 서로 마주보고 앉은 승객들은 열차가 심하게 흔들릴 때마다 맞은편 사람과 무릎이 닿기도 했었단다. 게다가 크기가 작아 힘이 딸리다보니 안산 원곡고개 즈음에선 손님이 내려서 열차를 밀어야 했다니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또 송도역 주변에서는 협궤열차를 타고 농수산물을 파는 반짝 시장이 유명했는데 소래의 아낙들이 갓 잡은 싱싱한 수산물과 젓갈, 인근 농촌에서 가꾼 채소들을 열차에 싣고 올라 송도역 앞에서 장을 벌렸다고 한다. 젓갈을 인 아낙들이 열차에 오르면 객차 안은 순식간에 갯내음으로 가득 찼다고 하는데 향수냄새는 아니겠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겼을 것이다.
일본으로 소래의 소금을 운반한다고 해서 수탈의 열차라는 치욕적인 이름이 붙기는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었고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삶을 이어갔던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은 수인선. 연수구에 있는 우리가본집이라는 식당 마당에 수인선 협궤 열차의 마지막 운행 열차인 9165열차의 운전대가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수인선 철길 위를 걸으며 옛 추억을 따라잡아 보는건 어떨까?